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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스토리/히말라야 트레킹

히말라에서 샤워하면 안되는 이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호수인 틸리초 호수. 네팔 안나푸르나 서킷 코스를 트레킹 하다가 들를 수 있지만 3일 정도의 일정을 더 소요한다.

 

 

년간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히말라야 트레킹이 끝나고 내년 협력 사업들을 위해 네팔의 산악단체들과 협의를 위해 카트만두의 호텔에 머물고 있던 지난 11월 1일 오후에 네팔의 트레킹 대행사 사장인 니마가 호텔로 찾아왔다.

 

"팀장님, 나마스테"

 

"나마스테, 니마"

 

서로 인사를 주고받자 니마는 익숙한 한국말로 "팀장님, 근데요, 고쿄쪽에서 한국 사람이 한 명 죽었어요. 트레킹 하다가."라며 사고 소식을 전한다.

 

"뭐? 어쩌다가요? 눈사태가 날 시즌도 아닌데."

 

"그게, 샤워하다가 그랬답니다"

 

안타까운 사고였다. 특히 나이가 서른 살 정도라는 니마의 말의 더욱 안타까움이 컷다. 그 나이 때 히말라야를 찾는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 때문이었다. 그 나이 때 나를 비추어 보면 말이다.

히말라야에서 샤워 중 목숨을 잃는 사고는 몇 차례 있었다. 몇 년 전 루클라에서 한 분이 사망한 적이 있다는 것이 금방 기억났다. 잘 알려지진 않지만 우리나라 트레커 외에도 샤워 중 사망하는 사건은 더러 있다는 것이 니마의 설명이다.

 

고산병이란?

 

히말라야 고산을 등반하는 등반가에게도, 베이스캠프까지 트레킹을 하는 트레커에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장 힘든 것은 '고산병'이다. 영어로는 좀 더 직관적으로 고산에서 일어나는 의학적 문제라는 의미의 High-altitude medical problem, 주로 고도가 높은 산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므로 Mountain sickness, 높은 고도로 인한 질환이라는 의미로 High altitude sickness라고도 한다.

4500미터 지점에 말이 있다. 현지인들이 말을 대기기키고 올라가기 힘든 사람들을 태워주는데 100달러 정도를 받는다.

고산병의 원인은 산소 부족이다.

 

인간은 호흡을 통해 공기 중의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리고 그 산소는 혈액을 통해 뇌와 장기는 물론 신체 말단까지 전달되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복잡한 물리학, 화학, 생리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산소가 없으면 사람은 죽는다'는 것은 잠깐의 경험만으로 증명된다. 고산병은 단순히 고도가 높아서 발생하지는 않는다. 높은 고도에서도 산소가 충분히 공급된다면 고산병은 일어나지 않는다. 산소가 부족한 원인은 무엇일까?

 

1. 낮은 대기압으로 인한 공기량의 감소

우선 동일한 조건에서 고도가 높아지면 대기압력이 떨어지고 당연히 공기 속에 포함된 산소분압도 그만큼 감소한다(달톤의 법칙 (Dalton's Law).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는 산소를 포함한 혼합기체다. 공기는 약 78%를 차지하는 질소와 약 21%를 차지하는 산소, 그 외 아르곤, 이산화탄소 등의 기체로 구성된다.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는 지표면에서 소량의 차이를 보이지만 일정한 농도로 유지된다. 하지만 고도에 따라 공기의 양은 현저히 감소한다.

 

수면 기압을 보통 1기압(1013mb)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고도에 따라 대기압은 감소하고 전체적인 공기의 양이 줄어들고 공기의 양 역시 비례해서 줄어든다. 즉, 고도와 산소는 반비례의 관계에 있다. 일반적을 1000당 대기압은 12%씩 감소하고 히말라야 트레킹의 최고도 지점이 일반적으로 5000미터인 점을 감안하면 대기압은 최소 50% 정도 감소한다. 다라서 우리 호흡에 필요한 산소의 양도 그만큼 감소한다.

 

2. 산소포화도 감소 : 낮은 기압은 우리 몸의 산소포화도를 떨어뜨린다.

낮은 대기압으로 인한 산소량의 감소와 함께 호흡 생리학적 문제도 발생한다. 우리 몸은 폐를 통해 산소를 혈액에 공급하고,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포화와 해리의 과정을 통해 온 몸의 신체 조직으로 산소를 운반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폐에서 산소를 받아(포화) 신체 조직에 이르러 그 산소를 분리시켜 전달(해리) 하는 과정은 무한 반복한다. 그러나 고산에서는 이 과정이 평상시와 달리 효과가 떨어진다.

 

 

헨리의 법칙 (Henry's Law)에 따르면  기체가 액체에 녹는 정도는 그 기체의 부분압력에 비례한다. 산소의 부분압력이 감소하면 혈액 중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도 줄어든다. 이는 조직으로 운반되는 산소의 양 감소로 이어져 고산병의 원인이 된다.

 

위와 같은 절대적인 공기량의 감소(즉, 산소량의 감소)와 혈액의 산소 운반능력 감소로 인해 신체는 산소 부족 상태가 되고 이로 인한 여러가지 통증이나 신체 이상 현상을 겪게 되고 이를 우리는 고산병이라고 한다.

 

한 참가자가 숨을 고르고 있다. 개인적인 체력의 차이는 고도가 높아질 수록 심해진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혈중 산소 포화도

 

평소 생활권에서 정상인의 산소포화도는 신체 말단(흔히 손가락) 측정 기준으로 97% 이상이다. 그러나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소포화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히말라야 등반과 트레킹에서 산소포화도는 그 사람의 컨디션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따라서 안전을 위해 3000미터 지점부터는 매일 참가자들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한다.

 

일정한 고도에 계속 체류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산소포화도는 점차 개선되며 두통이나 호흡 문제가 개선된다. 하지만 트레킹은 매일 조금씩 해발 고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게 되고 일부 참가자의 경우에는 심한 두통이나 구토, 걷기 불가능한 정도의 무기력증을 겪게 된다. 이런 경우는 하산하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산소를 공급받게 된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헬기를 타고 하산해야 한다.

 

일정한 고도에 계속 체류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산소포화도는 점차 개선되며 두통이나 호흡 문제가 개선된다. 하지만 트레킹은 매일 조금씩 해발 고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게 되고 일부 참가자의 경우에는 심한 두통이나 구토, 걷기 불가능한 정도의 무기력증을 겪게 된다. 이런 경우는 하산하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산소를 공급받게 된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헬기를 타고 하산해야 한다.

 

고산 적응력 개인별로 차이가 크다.

 

고산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고산병 증세를 겪는다. 그렇지만 그 정도는 개인별로 차이가 크다.

 

이번에 참가한 배우 이시영씨는 4000미터 고도까지 현지인들과 비슷한 정도의 산소포화도를 보여 주었다. 현지의 가이드들과 비교해도 오히려 높은 수치인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컨디션 역시 매우 좋았다. 4200미터 지점에서 92% 정도의 산소포화도가 측정되었는데 심박 역시 80%이 넘지 않는 안정적 수치였다. 이 지점에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75~85% 이내의 산소포화도와 90~110 정도의 심박수였다. 65% 정도의 산소포화도가 측정되었던 일부 참가자는 컨디션 난조로 하산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경험상 평소의 운동량이나 생활습관, 신체의 건강 상태에 따라 고산 적응력에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트레킹 중 컨디션 관리이다.

 

트레킹 중 고산병을 겪게 되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촬영자는 장비의 무거운 장비와 더 많은 이동 거리로 인해 고산증에 쉽게 노출된다.

 

1. 무리한 운행으로 인한 체력소모

 

흔히 사진 촬영이나 영상 촬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겪는 사례다. 촬영자는 다른 사람보다 늦게 출발해 그들을 앞질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체력적으로 무리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 경우는 다른 사람보다 산소소모량이 더 많기 때문에 당연히 더 높은 확률로 고산병을 겪게 된다.

 

2. 체온 저하

체온 저하는 혈관을 축소시킨다. 따라서 혈류 저항이 증가해 혈액이 순환하는 속도를 감소시킨다. 당연히 체내에 산소를 공급하는 양이 줄어들어 고산병에 걸리기 쉽다.

 

체온 저하의 원인은 다양하다. 비를 맞거나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에 위험에 처한다. 그 외에도 너무 느리게 걷거나 사진을 찍거나 길을 잃는 경우 해가 진 후에 트레킹을 계속하는 경우에도 체온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히말라야는 일몰 후 급격히 기온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짐을 포터에게 맞기고 걷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에 대응할 의류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약의 상황을 위한 보온 의류는 꼭 자기의 배낭에 휴대해야 한다.

 

 

체온 저하는 세수를 하거나 샤워를 하는 경우에도 겪게 된다.

 

하루 종일 강행군으로 땀도 나고 지친 상태에서 롯지에 도착하면 누구나 뜨거운 물에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싶다. 수도꼭지를 돌려보니 뜨거운 물이 나온다. 하지만 히말라야의 롯지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상황이 다르다 뜨거운 물은 금방 끊기고 이내 차가운 물로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기다 롯지는 난방이 취약하다. 우리와 같은 온돌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각 방은 난방 장치가 전혀 없다. 기껏해야 식당에 있는 난로가 전부다. 그러나 난로 가까이는 산소 농도가 떨어지므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진다. 동일한 사람을 난로 곁에서와 실외에서 측정한 산소포화도는 10%이상 차이가 난다.

 

최근 히말라야의 롯지들은 대부분 샤워를 유료화 했다. 고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0~300 루피 정도를 받는다. 우리 돈으로 2000~3000원 정도이다. 유료화를 하면서 별도의 샤워장을 설치하고 LPG 가스를 연료로 쓰는 순간온수기를 비치하고 있다.

 

히말라야의 롯지들은 아름답지만 대부분 춥다. 난방이 되는 방은 전혀 없다.

 

순간온수기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순간온수기가 밀폐된 샤워 공간에 설치되어 있고 외부의 차가운 기온 때문에 문을 꼭 닫고 샤워를 하는 데 있다. 순간온수기를 켜는 순간 산소는 줄어든다. 또한 산소의 연소로 인한 일산화탄소는 증가한다. 산소의 감소와 일산화탄소의 증가는 고산에서 인체에 치명적이다. 실제로 샤워 중 쓰러지는 경우를 본 적이 있고 다행히 응급조치를 통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문을 꼭 닫고 샤워를 하는 중 산소부족으로 쓰러진다면 밖에서는 상황을 알기 힘들다. 이 경우 즉시 응급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사망할 수 밖에 없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트레킹 책임자나 가이드들은 고도가 높아지는 트레킹 중에 샤워를 하지 말라고 권장한다. 4000미터 이상에서는 세수도 하지 못하게 한다. 최고점을 찍고 하산하는 경우에는 컨디션에 따라 샤워를 하도록 한다.

 

3. 흡연과 음주

 

흡연은 고산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으로 꼽힌다. 평상시에도 흡연은 혈관을 축소시키고 혈관 속의 혈전을 증가시킨다. 혈액 응고를 촉진하고 특히 니코틴은 심장박동을 불규칙하게 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심근경색, 뇌졸중, 부정맥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위험은 고산에서 더욱 증가된다. 히말라야 트레킹 중 흡연으로 인한 돌연사로 보이는 사례는 상당수가 있다.

 

음주 역시 마찬가지다. 알코올은 분해과정에서 산소를 필요로 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산소를 술을 해독하는 데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히말라야에서는 과식도 해서는 안 된다. 하물며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 음주는 매우 위험하다.

 

이상으로 고산병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실질적으로 트레킹에서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고 그에 대한 대처는 즉시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가이드나 주변에서 도와 줄 수 있지만 결국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지게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트레킹 출발 전 최소 한 달 전부터는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고 트레킹 중에도 금지된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인생의 버킷리스트인 히말라야의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한 번 보는 것으로 삶을 마무리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