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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스토리/히말라야 트레킹

히말라야 트레킹 눈사태에 대한 의견

 

 

우리는 스스로 선택한 위험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뿐입니다.

​눈사태는 히말라야 등반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입니다. 

지난 1월 17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지역의 눈사태로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하였습니다. 한국인 4명과 네팔인 2명이 눈사태로 실종되었으며 안타깝지만 모두 사망한채로 4월 말에 발견 되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입니다.

 

사고나 나면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인재냐 천재냐를 따지고 책임소재를 분석하기도 합니다.

 

지난 사고와 관련해서도 무리한 트레킹 진행이나, 트레커들의 전문성등 다양한 사고원인을 제기하였습니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산악 사고는 자연적 원인과 인적원인이 병존하기때문에 이러한 논의는 사실상 무의미 합니다.

좀더 객관적이과 현장의 상황을 감안하여 이 사고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모두 같은 의견일 수는 없으며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사고에 대한 입장이 다를 것입니다.

네팔 현지에서 사고 수습을 도왔던 니마 셰르파는 저와 수 년간 히말라야 트레킹은 물론 네팔에서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여행사의 대표입니다. 그 역시도 수 많은 히말라야 등반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눈사태 경험도 매우 많은 셰르파입니다. 그로 부터 전달받은 사고 현장에 대한 사진과 수색작업의 진행 현황을 바탕으로 사고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사고장소의 특징

 

눈사태가 일어난 장소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측 트레킹 지역으로 해발 2800미터 지점입니다. 보통 트레킹 기간중 2일째에 해당하는 코스입니다. 히말라야 호텔을 지나 데우랄리로 가는 길목이며 긴 계단길이 끝나고 데우랄리 롯지가 멀리 보이는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히말라야의 계곡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전형적인 U자형 계곡의 빙하의 침식에 의해 생성된 계곡입니다. 따라서 V자형 계곡보다 완만한 바닦면을 형성하고 있지만 가장자리는 더욱 가파른 형태로 눈사태나 산사태에 취약한 형태입니다. 해당지역은 언론에 알려진대로 평상시는 어린아이들도 쉽게 걸어다닐 수 있는 쉬운 트레킹 구간이며 풍광 또한 뛰어난 구간입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른후 멀리 바라다 보이는 데우랄리 롯지를 보며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해당 지역을 가 본 사람들은 계곡의 가장자리 부근에 떨어져 있는 커다란 바위의 잔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자세히 보며 이 바위들은 대부분 최근에 떨어진 바위들로 근처의 바닦들이 깊게 파여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장 자리의 가파른 절벽에서 지속적으로 산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현지 셰르파들의 말에 따르면 이 지역은 눈사태 뿐만아니라 크고 작은 산사태로 부상 또는 사망자가 꾸준히 발행하는 장소입니다.

따라서 폭설이 내리는 경우 눈사태가 날 수 있는 지역이며 트레킹 지도를 보더라도 해당지역은 “avalanche”명확히 표기되어 눈사태지역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즉 이 지역은 잦은 눈사태로 위험구간으로 폭설이 내리는 경우 언제든 눈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트레킹 시즌에 따른 위험성 증가

이번 사고는 1월 17일 발생하였습니다. 네팔의 트레킹이 주로 이루어지는 해발 3000~4000미터 지역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계절로 겨울 시즌이다. 대부분의 네팔 히말라야 지역의 트레킹은 2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가 봄시즌, 9월 중순 부터 11월 중순까지 가을시즌으로 가장 많은 트레커들이 몰려드는 곳입니다. 하지만 2019년 3월 중순경 필자가 에베레스트 지역을 트레킹할 때 안나푸르나 지역은 폭설로 인해 트레킹이 중단될만큼 폭설이 내렸습니다. 저와 같은 비행기로 입국한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푼힐 전망대 트레킹으로 발길을 돌여야 했습니다. 다행이 제가 갔던 에베레스트 지역은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무사히 트레킹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 즉 봄이나 가을시즌의 경우에도 이 지역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여름시즌 역시 이 지역의 전형적인 몬순으로 인해 많은 비가 내립니다. 거머리가 많기도 하지만 많은 비로 인해 트레킹이 힘들고 구름으로 인해 히말라야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시즌입니다. 그러나 더욱 위험한 요소는 비로인한 잦은 산사태 입니다. . 따라서 겨울과 여름시즌에는 히말라야 트레킹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롯지의 증가와 트레킹 회사들의 시스템, 등산장비의 발달로 겨울철에도 트레킹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고의 원인과 문제점에 대하여

사고의 원인은 폭설로 인한 눈사태이다. 사고를 분석하는 관점에 따라 무리한 산행이나 산행 경험부족 또는 트레킹 회사의 실수 등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겨울철 히말라야 트레킹은 기본적으로 위험요소가 많습니다. . 즉 눈사태나 기타 위험요소가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히말라야 트레킹입니다. 즉 인재나 천재가 아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의 유형인 것입니다. 겨울철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부담해야하는 일반적 위험이 현실화 된 것입니다.

자동차 경주를 하는 드라이버는 일반 운전자보다 위험요소가 증가하는 것처럼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는 순간 부터 우리는 더욱 많은 위험에 노출됩니다.

 

무리한 트레킹 이었나??

현지의 셰르파들에 의하면 일해은 데우랄리 롯지에 도착한 후 눈으로 인해 더이상 트레킹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하산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즉 무리한 산행을 계속하다가 눈사태를 만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판단에 따라 하산을 결정한 것입니다. 만약 이들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향해 계속 트레킹을 진행했다면 눈사태를 만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구조 과정의 문제점이 있었나?

엄밀히 만나면 구조 과정 자체에 문제점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셰르파들의 설명에 따르면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구조조치가 취해 졌으며 네팔 정부와 군에서도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그들의 구조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느낄수 있는 것은 현장의 상황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지역은 차가 다닐수 있는 길에서 수킬로 미터 떨어져 있는 곳이며 근처의 가장 큰 도시인 포카라에서 꼬박 하루가 걸리는 거리입니다. 좁은 길을 따라 사람과 당나귀 정도만 다닐수 있는 길입니다. 당시 폭설로 인해 구조대의 빠른 파견이 불가능했으며 당시 기상으로 헬기를 이용한 구조대 파견도 힘든 상황이었다는게 현지 셰르파들의 설명입니다. 이번 눈사태는 트레킹 구간에서 발생한 눈사태 치고는 상당히 큰 규모였습니다. 눈사태로 인해 붕괴되어 계곡으로 쌓인 눈의 양이 수백톤이라 합니다. 이정도의 눈사태에 휩쓸린다면 수분내에 희생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생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입니다.

 

 

대책에 대하여

이미 발생한 눈사태에 대해 결과를 분석하고 동일한 상황에서 다른 행동을 가정하여 사고 방지에 대해 사례 위주의 사고 대책은 다양하게 논의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상황에서 "나는 다른 방향 또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는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 사고만 하더라도 내가 그중 한 사람이었다면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백히 " NO!" 입니다. 하산을 결정하고 사고 현장이 눈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구간이라는 것을 지도를 통해 또는 현지 셰르파들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결정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들과 동일하게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고 단지 몇 미터 또는 몇 초의 운에 따라 나의 운명도 결정되었을 것입니다. 원칙론 적으로 눈사태 지역을 통과하는 경우 눈사태를 사전에 예측하고 위험 구간을 통과 할 때는 한 사람씩 충분한 거리를 두고 로프가 있다면 연결하여 눈사태에 휩쓸리더라도 구조가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하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트레킹 중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눈사태로 인해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