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정배 / 사진 : 아담 비엘레키(Adam Bielecki)
2023년 4월 20일 안나푸르나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있었다. 'Adam Bielecki'와 셰르파들이 조난당한 인도 등반가를 구출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Bielecki'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소식을 접했으나 여전히 안나푸르나를 등반 중인 'Bielecki'로부터 자세한 상황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당시 상황을 전합니다.
2023년 4월 'Bielecki'는 동료인 'Hatala'와 함께 안나푸르나 북서벽에서 신루트 개척 등반 중이었다. 지난겨울은 어느 해 보다 건조했고 눈이 적게 내렸다. 그래서 올 봄 시즌은 어느 해보다 낙석이 많았다. 히말라야 등반에서 낙석과 눈사태는 등반가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요소이다. 등반하는 내내 낙석은 'Bielecki'와 'Hatala'를 위협했고 마침내 낙석 하나가 'Bielecki'의 헬멧에 부딪혔다. 더 이상 등반이 어렵다고 판단한 그들은 베이스캠프로 하산했다.
2023년 4월 17일, 인도의 등반가인 'Anurag Maloo'는 캠프3에서 하산 중 동료들과 함께 조난을 당한다. 두 명의 대원은 사고 다음 날인 18일 구조되었으나 'Maloo'는 발견되지 않고 실종 상태.
그의 가족과 인도 정부는 네팔 정부에 구조를 요청했고, 네파 최대의 등반 여행사인 '세븐 서밋 트렉'은 셰르파 구조팀을 보내 수색에 나선다. 마침내 '캠프3'와 '캠프2' 사이의 크레바스에 빠진 'Maloo'를 발견했으나 60미터 깊이의 크레바스 중간에 의식불명 상태로 있는 그를 구하는 것은 셰르파 팀 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븐 서밋 트렉'의 등반 셰르파인 '다와'는 베이스 캠프에서 휴식중이던 'Bielecki' 일행에게 구조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크레바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위험하다. 일반적인 산악구조와는 달리 깊은 크레바스를 내려가 70킬로그램에 달하는 사람을 들어 올려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등반 능력은 물론 크레바스 구조 시스템과 장비, 인력이 필요한 일이다. 여러 장비와 로프를 결합해 '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조난자는 물론 구조자의 생명까지 위험한 일이다. 경험 있는 등반가들 중에서도 이러한 복잡한 구조 시스템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2023년 4월 20일
이른 아침인 6시경부터 시작된 구조작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헬리콥터를 이용해 사고 지점 근처까지 이동한 구조대는 30분 이동해 크레바스에 도착했다. 첫 번째로 크레바스로 하강한 'Bielecki'는 60미터 로프가 거의 다 할 즈음에 눈에 덮인'Maloo'를 발견했다. 'Maloo'를 발견했을 때 'Bielecki'는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Maloo'는 미동이 없었고 살아있을 가능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크레바스 밖에 대기 중이던 타시 셰르파가 크레바스로 내려왔다. 'Maloo'는 숨을 쉬고 있었지만 의식은 없는 상태였다. 'Bielecki'와 타시 셰르파는 'Maloo'의 체온이 더 떨어지기 전에 구조를 서둘러야 했다. 동시에 그레바스 밖에서는 'Bielecki'의 동료인 'Hatala'가 도르레와 카라비너를 이용해 'Maloo'를 끌어올릴 풀리 시스템(Pulley System)을 준비했다.
60미터 깊이의 크레바스에서 사람을 들어 올리는 일은 엄청난 체력과 위험이 뒤따른다. 밖에서는 'Bielecki'의 동료인 'Hatala'와 4명의 셰르파가 로프를 잡아당기며 천천히 'Maloo'을 들어 올렸다. 크레바스 안에서는 'Bielecki'가'Maloo'의 몸이 암벽과 눈에 걸리지 않도록 조절했다. 한 시간 이상 위험한 홀링 작업은 계속되었고 마침에 'Maloo'는 크레바스 밖으로 빠져나왔다. 구조대는 신속하게 헬기까지 'Maloo'를 이동시켰고 그는 한 시간이 채 걸리자 않아 포카라의 병원에 도착했다.
'Adam Bielecki'의 구조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ielecki'가 등반 중 다른 등반가를 구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그는 동료들과 함께 파키스탄의 K2를 등반 중이었다. 세계적인 산악인들로 구성된 그 팀은 세계 최초로 K2 동계 시즌 등정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Bielecki'과 'Denis Urubko'는 낭가파르밧에서 조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함이 없이 K2를 떠나 낭가파르밧으로 향했다.
K2나 낭가파르밧의 동계 등반은 매우 힘들다. 특히 K2는 당시까지 누구에게도 겨울 정상을 허락한 적이 없었다(2018년 당시) . 따라서 당시 낭가파르밧의 조난자를 구조할 등반가들은 인근에서 그들이 유일한 상황이었다.
파키스탄 군용 헬리콥터를 이용해 낭가파르밧에 도착한 그들은 빠른 속도로 등반해 어둠속에서 프랑스의 여성 산악인인 'Elisabeth Revol'을 구조할 수 있었다. 이 구조는 엄청난 강풍과 추위, 어둠속에서 자신들의 생명을 건 구조였다.
히말라야에서 구조란?
일상에서 또는 히말라야가 아닌 다소 위험한 산이나 바다에서도 다른 사람을 구조한다는 것은 많은 용기와 희생이 필요하다.
하물며 히말라야는 그 위험성이 일상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실종자나 조난자의 구조는 고사하고 오히려 구조대의 생명조차 위험해질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 '버티컬 리미트'를 떠올려 보자. 물론 픽션이지만 그 영화에서 크레바스에 빠진 동생 '애니'를 구하기 위해 오빠인 피터와 여러 등반가들이 구조에 나서지만 대부분 사고로 죽는다. '애니'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6명의 구조대가 나서지만 '애니'를 포함한 세 명만 살아 남는다. 영화에서도 구조대를 조직하는 장면에서도 대부분의 등반가들은 자신들의 등반을 위해 외면하거나 포기한다. 막대한 구조비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참여하는 등반가도 있었다.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실재 히말라야 등반에서도 조난 당한 등반가를 구조하는 것을 외면하는 경우는 간혹 있다. 하지만 이들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
히말라야 등반에는 큰 비용이 필요하다. 수 년 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자금을 마련하고 훈련을 한 후에야 히말라야 등반이 시작된다. 자신들이 꿈꾸고 준비한 정상 등정을 위한 히말라야 등반에서 구조 활동은 등정 포기와 다름없는 것일 수도 있다.
희박한 산소의 히말라야에서 구조는 엄청난 체력 소모를 가져온다. 그리고 소진된 체력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결국 등반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Bielecki'가 참여했던 히말라야 등반은 구조 활동 이후 모두 실패했다.
정상 등정 후 하산하는 과정에서도 구조는 쉽지 않다. 사고 위치가 7000미터 이상이라면 구조대의 생명조차 위험할 수 있다. 정상 등정으로 모든 체력을 소진한 상태에서 하산 중 더 위쪽에서 발생한 조난자를 구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시 등반하는 것도 힘들고 조난자를 발견해도 수송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히말라야를 수없이 오르내리는 셰르파들이라면 상황은 조금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생명을 걸고 구조에 나선다.
우리는 영화 '히말라야'를 통해 에베레스트에서 조난 당한 후배를 구조하기 위해 홀로 나섰다가 숨진 '고 박무택 대장'의 일화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야 엄홍길 대장의 '휴먼 원정대'에 의해 그의 시신이 수습되었다.
히말라야에서 다른 사람을 구조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2023년 4월 17일에서 20일 까지 인도 산악인 ‘Anurag Maloo’를 구조하기 위해 손을 내민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Mariusz Hatala, Chhepal Sherpa, Lakpa Nurbu Sherpa, Dawa Nurbu Sherpa, Lakpa Sherpa, Tashi Sherpa, coordinated from Base Camp by Chhang Dawa Sherpa, Sobit Gauchan - rescue pilot.
'Bielecki'는 히말라야에서 접한 사고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의 용기와 희생으로 조난자들은 구조되었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Adam Bielecki'의 용기와 희생에 찬사를 보낸다. 그의 등반이 항상 안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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