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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과 등산화

등산......

 

산에서 걷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단순한 활동인 등산은 왜 준비가 필요할까?

'산'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보다 위험요소가 증가하는 장소이다. 특히, 등산을 하는 동안 직면하는 통제할 수 없는 기상 변화는 준비하지 않은 산행의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등산'을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통제 할 수 없는 기상변화 때문이다.

 

등산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고 여러가지 장비들 중 우선순위는 아래의 글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https://yakpapa.com/53

 

지난 글에서 등산장비의 구입 우선 순위는 '대체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대체가능성을 고려할 때 비용적 한계를 고려하여 가장 먼저 구입해야 할 등산장비는 등산화라고 했다. 그럼 오늘은 등산화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등산장비에 대한 의견은 경험에 따라 모두 다를 수 있으니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일단 등산화의 역할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 본다.

 

 

인류와 걷기!

 

인류는 두발로 걷는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직립 보행으로 양손을 사용하고, 그로 인한 두뇌의 발달과 도구의 사용이 가능했고, 또한 그러한 진화의 과정에서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완전히 구별되는 하나의 종으로 발전되었음은 일반적으로 받아 들여지는 진화론적 가설이다.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시기는 대략 30만 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전체로 볼 때 인류는 30만 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발전해 왔다. 이 기간 동안 인류의 생활 공간은 자연이었으며 인류 역시 자연의 일부였다. 대략 1만 년 전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최초의 농경이 시작된 이후 인류는 농경을 위한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기도 했지만 일부분에 국한되었으며 대부분의 인류는 자연속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왔다.

 

우리의 '발'!

여타의 동물과 다르게 직립보행 할 수 있는 우리 인류의 가장 큰 해부학적 특징은 뇌를 제외하고 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은 인류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와 비교하더라고 큰 차이가 있다.

직립보행과 걷기에 최적화 된 우리의 발은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근육과 뼈로 이루어져 있다. 발에만 있는 근육 12개와 발에서 끝나는 근육을 포함한 총 23개의 근육은 세부적으로 64개의 근육과 56개의 인대가 있다. 뼈는 한쪽 발에만 26개로 양쪽 발을 합하면 전체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206개의 뼈 중 52개로 숫자로는 전체의 25%를 차지한다. 인체의 단위 면적 당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인체부위가 바로 발목 아래의 '발'이다.

 

이 복잡하고 효과적으로 발달된 '발'로 인해 우리는 두발로 걷고, 뛰고, 한 발로 서기도 한다. 특히 양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줄어드는 걷기!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출현 후 30만 년 동안 인류는 깨어 있는 하루의 대부분을 두 발로 걸어야 했다. 불과 200년 전인 산업혁명 이전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인류의 생활방식은 수렵과 채집이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수렵 채집민의 하루 이동 거리는 약 30Km 이다. 1만 년 전 시작된 농경사회에서도 인류의 이동거리는 수렵채집사회의 절반 정도인 평균 10~ 15km라고 한다. 즉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의 약 200여 년을 제외하고는 최소 10km이상의 거리를 걸어야 했다.

 

이러한 인류의 '걷기의 양'은 산업 혁명 이후 급격하게 줄어 든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환경으로 내몰리게 된다. 공장과 탄광, 그리고 열악한 도시의 생활로 인권 침해는 물론, 환경 오염이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열악한 노동 조건과 제한된 공간, 여성과 아동의 노동 착취 등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은 논외로 산업혁명은 자연과 인류를 격리하고 특히, 이동 거리의 대폭적인 감소를 가져왔다. 즉, '걷기의 양'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부족한 현대인은 '걷기'

 

나의 경우 하루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보기'를 이용해 측정해 본 결과 하루 3500~ 4500 걸음을 걷는다. 평균 보폭을 80Cm로 가정했을때 하루 이동거리는 2.8~3.6키로정도를 걷고 있는 것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지금처럼 의자에 앉아서 보내거나 차량을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수렵 채집민에 비해 10%정도 밖에 걷지 않는 것이다. 개인의 생활 습관, 출퇴근 거리, 차량 이용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현대인들이 수렵, 채집민이나 농경사회의 인류에 비해 현저하게 적게 걷는다는 것은 명확하다.

 

더구나 현대인들은 모두 '신발'을 일상적으로 신는다. 신발은 발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발바닥에 있는 많은 근육들이 사용범위와 사용량을 현저히 감소시킨다. 이로 인해 현대인들의 발바닥 근육들은 맨발 또는 열악한 신발을 착용하던 수렵 채집 시절의 사람들 보다 약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평상시 걷기나 달리기 또는, 다른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그 정도가 다를 것이다.

 

 

주말에 등산을 한다면 어떨까???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운동은 다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운동이든 배우기 시작하면 “발이 중요하다” 거나 “다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내가 지금까지 해본 운동 중 수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당 운동을 위한 전용 신발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축구를 할 때는 축구화가 필요하고, 달리기를 할 때는 러닝화, 테니스에는 라켓 다음으로 중요한 장비가 테니스화다. 모든 운동에는 그 운동에 최적화된 신발이 필요하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두 발로 걷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신체활동인 등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의 사용이고 따라서 ‘발’에 착용하는 장비인 ‘등산화’는 가장 중요한 등산장비가 되는 것이다. 즉, 등산에 있어서 등산화는 기본 중의 기본 장비이다.

 

 

등산화의 첫 번째 기능은 발을 보호하는 것이다.

 

모든 신발이 갖는 기본적인 기능은 발을 보호하는 것이다. 발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춘 후에야 다른 기능성을 갖게 된다.

사람의 발은 매우 민감한 신체 부위다. 발은 수 많은 혈관이 지나고 또한 많은 신경이 분포한다. 발의 상태에 따라 기분은 물론 온 몸의 컨디션이 달라진다. 발 마사지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컨디션이 회복되는 이유이다.

신발은 이 민감한 신체 조직인 발을 반드시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뾰족한 물건이나 돌 심지어는 차갑거나 뜨거운 물체로부터 발을 보호한다. 이러한 기능은 다른 대부분의 신발들이 갖는 기능이지만 '등산'에서는 그 보호의 정도가 일상보다 증가한다. '산'이라는 공간은 더 많은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더 만은 날카로운 '돌'들과 '눈', 얼음', '추위'로부터 발을 보호해야 한다

 

 

 

등산화의 두 번째 기능은 더 잘 오르도록 하는 것이다.

등산은 내려와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르는데 초점이 맞춰진 행위이다. 중력을 거슬러 오르는 것이 더 많은 힘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암벽등반, 빙벽등반, 트레킹 등 모든 등산 유형의 기본은 오르는 것이다.

 

암벽등반을 위해 신는 암벽화는 발이 매우 불편하다. 최대한 발이 편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암벽화는 '접지력'을 높이는 것을 매우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암벽의 작은 돌기 하나(스탠스)에 체중을 모두 싣거나, 바위의 작은 틈(크랙)에 발을 구겨넣고 비틀어 견뎌야 하는 암벽등반의 특성상 암벽과 암벽화가 최대한 강한 마찰을 일으키도록 고려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등산화가 추구하는 편안함을 마찰력을 위해 다소 희생해야하므로 처음 암벽화를 신는 사람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발이 아프다.

 

빙벽화는 일단 추위로부터 발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경기 등반을 위한 빙벽화는 경량화와 경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 고산등반이나 빙벽 등반을 위한 등산화는 기본적으로 혹한의 추위에서 발을 보호하지만 빙벽이나 설벽 등반을 위해 강력한 바닥 창의 강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빙벽등반에서 필요한 '크램폰'을 장착해 발끝에 모든 체중을 싣고 견뎌야 하는 등반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일반적인 등산화의 기능

 

암벽이나 빙벽과 같은 특수한 등산의 형태가 아닌 일반적인 등산의 경우에도 제작시 중심을 두는 기능이 있다. 겨울용 등산화는 좀 더 보온에 중점을 둔다. 여름용 등산화는 땀 배출을 더 고민한다.

그 밖에도 지형에 따라 바위가 많은 지역에서는 접지력이 높은 등산화가 유리하고, 장기간 걷는 다면 바닥창이 부드러운 것보다 다소 딱딱하고 강한 것이 좋다. 세계적인 등산화 아웃솔 업체인 '비브람(Vibram)이 바위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적 특성으로 판매가 부진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일반적인 등산화는 등산 대상지의 지형적 특징, 계절, 등산의 지속시간 등을 고려하여 접지력, 보온성, 아웃솔의 강도가 달라진다. 그 중 특히 '발'의 여러 근육의 피로도를 고려해야 한다.

 

사람 마다 다르지만 당일 산행의 경우 초보자 기준으로 최소 약 6~8km 정도의 산행을 3~4시간 정도에 한다면 무리하지 않는 수준의 등산일 것이다. 등산시에는 보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1만에서 1만 5천보 사이의 걸음을 걷는 것이 된다. 산행이외의 이동과 일상까지 합한다면 하루 2만보 정도의 걸음, 거리로는 12~15키로 내외의 거리를 걷게 된다. 즉 평상시보다 서너 배를 더 걷게 되고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보다 더 많은 근육들을 사용하게 되며 근육들의 사용 범위가 늘어나게 된다. 거기다 보통은 무거운 배낭을 매야하기 때문에 평상시 보다 더 많은 하중을 견여야 한다.

 

특히 발 뛰꿈치에서 앞쪽으로 연결되는 5개의 '족저근'은 걷는 내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특히 오르막을 오를때는 그 운동 강도가 크게 증가하며 강한 하중을 받게 된다.

일상에 익숙해져 있는 발바닥의 여러 근육들은 갑자기 늘어난 운동량으로 인해 피로가 쌓이게 되고 피로의 누적은 특정 근육이나 손상을 일으킨다. 이는 특히 근막의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가장 취약한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기면 '족저근막염'을 일으켜 상당기간 동안 고통을 느끼게 된다. 등산 초보자가 흔히 격는 발 질환이다.

장시간 등산시 다리의 큰 근육인 넓적다리나 종아리는 많은 운동으로 젖산이 쌓여 일정기간 불편함을 격지만 염증으로 발전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발바닥의 미세한 근육들과 근막은 과도한 걷기로 인해 염증을 일으키게 되고 등산화는 이러한 발바닥 근육의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흔히 우리가 일상에서 신는 러닝화를 신고 장시간 산행을 하거나 무리한 산행을 하는 경우 족저근막염으로 고통받는 것은 등산시에는 일상 보다 월등히 많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고 이로 인한 발바닥 근육의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이다.

 

 

 

등산의 유형과 시간에 다른 등산화 선택

 

좋은 암벽화라고 할지라도 빙벽등반에는 부적합하고, 고성능의 빙벽화로 암벽 등반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고가의 워킹화로 암벽과 빙벽등반을 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지나치게 무겁과 강한 아웃솔을 가진 트레킹화로 가벼운 워킹을 하기에는 불편하며, 마찬가지로 가벼운 워킹화로 장시간의 트레킹을 감당하기 힘들다.

등산은 좋은 운동이다. 일반적인 걷기와 다르게 많은 근육을 사용해야 하며, 오르막과 내리막, 평지를 반복해 걷는 동안 인체의 여러 부위를 사용하며 신체적 리듬을 회복한다. 특히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훌륭한 풍광을 즐기며 걷는 동안 몸과 함께 마음도 건강해진다. 등산은 나이나 체력적인 부담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맞는 산과 코스를 선택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다만, 걷는 동안 가장 많은 일을 담당하는 '우리의 '발'을 위해서 자신의 등산 스타일에 맞는 등산화를 준비한다면 더욱 즐거운 등산을 즐길 수 있다.